둘째 인을 떼실 때에 내가 들으니 둘째 생물이 말하되 오라 하니 이에 다른 붉은 말이 나오더라 그 탄 자가 허락을 받아 땅에서 화평을 제하여 버리며 서로 죽이게 하고 또 큰 칼을 받았더라 《요한계시록 6장 1절-4절》

둘째 천사가 나팔을 부니 불 붙는 큰 산과 같은 것이 바다에 던져지매 바다의 삼분의 일이 피가 되고 바다 가운데 생명 가진 피조물들의 삼분의 일이 죽고 배들의 삼분의 일이 깨지더라 《요한계시록 8장 8절-9절》

둘째 천사가 그 대접을 바다에 쏟으매 바다가 곧 죽은 자의 피 같이 되니 바다 가운데 모든 생물이 죽더라 《요한계시록 16장 3절》


「To. 하루키 형

답신이 늦어 미안합니다. 이쪽에서도 소식을 접하고 막 이 현상에 대해 조사하던 중이라, 중간에 섣불리 회신할 수 없었어요. 확인 결과 확정된 두 가지만 먼저 알려드립니다.

  1. 해당 이변은 일본, 정확히는 〈지고천연구소〉의 본부가 있었던 나고야에 국한되어 일어나고 있다.
  2. ‘일반인’들은 〈지고천연구소〉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물리력이 있는 이변(화재사건)만 인지한다. 즉, 이변을 인지할 수 있는 것은 ‘지고세포’를 투여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에 한한다. 가. 예외적으로, 세오도아 씨를 포함한 LDL 역시 이번 이변을 인지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 일본에는 저랑 아버지, LDL 분들이 함께 갈 예정입니다.  그럼, 나고야에서 뵙겠습니다.

From. 레이지」


“─자, 그럼 이쪽은 됐고.”

막 하루키에게 답장을 보낸 레이지는 ‘발송완료’라고 뜬 컴퓨터 화면을 보다 모니터를 끈 뒤 몸을 일으켜 방밖으로 나왔다. 예상대로 식당 겸 거실에는 이미 사람들이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식탁에 노트북을 놓은 채 바쁘게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 사네미츠는 십중팔구는 이번 일 때문에 갑자기 촉박하게 조여져버린 마감을 수습하는 중일 테니(옆에서 드레퓌스가 눈을 빛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신빙성이 더해진다) 괜히 건드리지 않기로 하고, TV 쪽을 보니 애니와 세오도아가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